경기장 전광판에 삼성화재의 마지막 25점이 올라가는 순간 현대자동차 강만수 감독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환호성을 지르며 코트를 뛰어 다니는 삼성화재 선수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고교(부산 성지공고) 1년 후배인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게 벌써 5년째 무릎을 꿇은 자괴감이 더 컸다.
선수시절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자신에게 쏟아졌지만 지도자가 된 지금은 신감독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쳐다보는데 더 익숙해졌을 정도.
강감독에게 이날의 패배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이번 대회 들어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첫세트를 따내고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는 여느 때와는 달리 경기내내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2,3세트를 거푸 내주며 승부가 삼성화재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순간 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깨를 늘어뜨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강감독은 또 다시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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