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대표팀 새 사령탑 에릭손감독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스페인전을 지켜보고 있다.
‘에릭손감독은 잉글랜드의 거스 히딩크’.
2002년 월드컵축구 유럽지역 예선 9조 최하위,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0―1 패배….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던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외국인 ‘메시아’의 출현에 열광하고 있다.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손감독. 올 초 예정보다 빨리 이탈리아 세리에A 라치오 감독직을 사임하고 잉글랜드 사상 첫 외국인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한 에릭손감독은 1일 강호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3―0 압승으로 이끌어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잉글랜드에 희망의 빛을 던졌다.
이날 승리로 에릭손 감독은 그간 외국인 감독 영입에 회의적이던 현지 여론을 잠재우며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을 상큼하게 장식했고 월드컵 지역예선 6경기를 남겨둔 잉글랜드는 본선 진출의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빌라 파크 구장은 에릭손 감독이 두시즌 전 라치오를 컵위너스컵 정상으로 이끌었던 행운의 무대. 그러나 경기전 잉글랜드의 승리를 점치는 축구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잉글랜드는 스티브 맥마나만, 케에론 디에르, 레이 팔러, 마이클 캐릭, 스티븐 제라드 등 쟁쟁한 미드필더들이 일제히 부상으로 불참한데다 에릭손 감독의 지휘봉아래 손발을 맞춘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전반 초반 스페인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해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듯 했으나 전반 38분 닉 밤비의 선취골로 주도권을 잡은 뒤 후반들어 교체투입된 에밀 헤스키와 우고 에히우구가 연속골을 넣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에릭손감독은 전후반 총 8명을 교체투입해 대표팀 선수들을 골고루 테스트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한편 남미 최강으로 떠오른 아르헨티나는 같은날 로마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6분 스테파노 피오레에게 선취골을 내줬으나 12분후 킬리 곤잘레스가 동점골, 후반 3분 헤르난 크레스포가 역전 결승골을 기록해 2―1로 승리했다.
이날 양 팀 대결은 9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끝에 이긴 이후 11년만의 만남이었고 아르헨티나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가 아닌 정규시간에서 승리하기는 56년 이후 35년만이었다.
또 1주일 전 대니얼 파사렐라감독이 사퇴하는 바람에 빅토르 푸아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우루과이는 니콜라스 올리베라와 마르셀로 잘라예타의 추가골에 힘입어 슬로베니아를 2―0으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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