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2일 DJP 회동에서 합의한 ‘선거 공조’의 핵심문제는 공조의 범위와 시한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발표문엔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의 확고한 공조’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범위와 시한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문면상으로만 보면 가깝게는 4월26일로 예정된 기초단체장 재 보궐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6월로 예정된 4대 지방선거, 내년 12월의 대통령선거까지도 양당의 공조합의가 유효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년9개월 이상이나 남은 차기 대선 공조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합의는 민주당과 자민련이 또 한 번의 대선 공조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의미가 있다.
실제로 공동여당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1월8일 DJP공조 복원 선언 이후 민국당까지를 포함하는 ‘3당 정책연합’ 추진 등 정치권 구도변화를 적극 꾀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이는 결국 차기 대선을 위한 예비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DJP 간에는 이미 대선 공조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치권 구도변화는 한나라당내 비주류를 포함,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하는 이른바 ‘반창(反昌)연대’의 실현임은 분명하다.
여권의 의도대로 정책연합이든 연정이든 합당이든 현재의 정파를 넘나드는 정치권의 구도변화가 가시화할 경우 ‘정치 연장자’이자 ‘부동(不動)의 여권 2인자’로서 JP의 위상과 역할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JP가 요즘 부쩍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3당 정책연합 추진의 중심축 역할도 그가 했다. JP는 지난달 22일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YS는 최근 회고록 등을 통해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비판을 가하면서도, 유독 JP에 대해서만은 “앞으로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호평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JP나 자민련으로서는 DJP 회동에서의 선거공조 합의가 내년 대선과 관련해 남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선거공조는 일단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만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대선문제는 따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을 뿐만 아니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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