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분식회계사건으로 기소된 전주범(全周範) 양재열(梁在烈)대우전자 전 사장 등 4명은 2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장해창·張海昌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대부분 분식회계 사실을 시인했으나 이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불법대출을 받을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주범 전 사장은 검찰과 변호인 신문 등을 통해 “분식회계 사실을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실무적으로 작성된 내용을 회장에 보고하는 간략한 절차만 있었을 뿐 그 액수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양 전 사장 역시 “김우중 전 회장에게서 형식상의 이익을 내라는 지시를 받고 허위 재무제표 등을 작성했다”며 “책임은 통감하고 있지만 과거부터 계속돼온 분식회계를 한순간에 중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특히 허위 재무제표를 근거로 거액의 신용대출 등을 받은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업계의 관행”이라며 “대우가 망하면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부도를 막기 위해 분식회계 처리했을 뿐 사기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 전 사장은 이날 공판에서 “98, 99년 대우전자를 삼성에, 삼성자동차를 대우에 각각 넘기는 ‘빅딜’을 두 그룹이 추진하는 바람에 근로자들의 동요와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어 (대우전자가) 몰락했다”고 주장, 눈길을 끌었다.
대우그룹 5개 계열사 관계자와 회계사 등 34명은 97년부터 3년간 김 전 회장의 지시 아래 수출대금 조작 등의 방식으로 41조1361억원을 회계분식하고 금융기관에서 9조9000억여원을 불법대출받았으며 영국에 설립한 금융조직 등을 통해 25조원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기소됐다.
㈜대우와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등의 전 임원들에 대한 첫 공판은 1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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