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직사회에서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등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비상한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6급 이하 공무원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공무원 노조 결성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또 이들은 정부의 시책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지시에는 집단적으로 불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동자 징계검토 등 구태의연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어 공무원들이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공직사회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태▼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전국 조직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은 24일 1차 대의원대회를 열어 새 집행부를 구성한 뒤 공무원 노조 설립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현재 전공련에는 각 기관의 공무원직장협의회 210여개 중 132개가 가입돼 있다.
박재범(朴宰範)전공련 사무차장은 2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공직사회 개혁, 자정 운동추진 등을 위해서는 공무원 노조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공무원 노조 설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한편 관련법 개정을 위해 정부와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공련은 또 전교조 한국교원노조 대학노조 등과 함께 지난해 개정된 공무원 및 사립학교 연금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지난달 28일 헌법소원을 내는 등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 성과상여금제도에 대해서도 행정자치부 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1일 “합리적 평가기준이나 원칙없이 무리하게 시행되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북도직장협의회는 자체 회지를 발행해 도지사의 인사 등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부산시의 6급 이하 공무원들이 3·1절 기념행사 동원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전망▼
정부는 최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무원 노조 불허방침을 재확인하고 주동자 징계를 검토키로 했다. 행자부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의 노조 결성은 시기상조이며 명백한 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국민정서도 공무원 노조나 집단 행동에 부정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부처의 서기관이나 사무관급 소장 간부의 상당수도 공무원 노조 결성을 지지할 정도로 공무원 노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도 우리 정부에 공무원노조 허용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
또 직장협의회의 순기능을 감안할 때 노조로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영남지역의 한 광역단체장은 “직장협의회를 하위직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 무한대의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정부가 공무원들과 부단하게 대화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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