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예술, 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고봉만 등 지음/
509쪽, 1만6000원/한길사
영화 만화 패션 포도주 문학 음악 미술 건축 등 문화를 표현하는 단어 앞에 프랑스가 붙으면 어떤 것이든 고급스럽고 보다 예술적으로 보인다.
착각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가 그 어떤 나라에 비해 자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미지를 세련되고 우아하게 가꿔왔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고급문화 대중문화 가리지 않고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펴온 것 역시 프랑스 문화를 살찌웠다.
이 책의 부제로는 ‘프랑스, 이 한 권으로 끝내기’라고 붙이면 좋을 정도로 프랑스 역사부터 향수까지 프랑스하면 생각나는 모든 테마를 다 다루고 있다. 16명의 프랑스 전문가들이 나눠 집필한 이 책의 장점은 프랑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에서는 프랑스인의 기질,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다투는 다혈질의 성격이지만 금방 풀어지고 마는 낙천적인 성품을 읽을 수 있다. 열 한 살 때부터 학교에서 미각수업을 진행하는 것에서 프랑스인들의 맛에 대한 집착도 엿볼 수 있다.
또 18세기 산업화와 더불어 파리의 사회문제로 대두한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향수가 발달했고, 드골 대통령이 “258종의 다양한 치즈를 만드는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려고 하느냐”고 말했다는 등 갖가지 에피소드도 책을 읽는 감칠 맛을 더해준다.
물론 방대한 이야기를 한정된 지면에 갖가지 테마로 다루다보니 수박겉핥기식의 글이 돼 버린 감이 없지 않다. 책 서문에는 ‘미시사(微視史)적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하지만 각종 테마에 대한 개론서 정도로 보는 것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오트퀴르트 아르누보 탱탱 누벨바그 라데팡스 카망베르 등등 프랑스 문화의 키워드들이 빠짐없이 담겨있어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프랑스 문화는 어떻고, 예술은 어떻다고 남들에게 아는 체해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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