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셈을 못하는 대학생◇
오카베 츠네하루·도세 노부유키 지음 도요케자이신보샤
◇학력이 위험하다◇
오노 스스무·우에노 겐지 지음 이와나미문고
교육 문제는 최근 일본의 논단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화제다. 그 논점은, 꽤 오래 전부터 골머리를 앓아 왔던 ‘이지메’ 문제 , ‘학급 붕괴’ 문제,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 등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대학생들이 초등학생 정도의 산수 문제도 못 푼다든가, 고등학교에서 기초 지식을 익히지 않아 대학에서 보충 수업을 해야 한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도,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본적인 일본어 지식과 능력의 결여에 있다는 지적까지도 있다.
이 화제는 1999년 ‘분수셈을 못하는 대학생―21세기 일본이 위험하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학력이 위험하다’라는 책이 출판되는 등 이 논란은 점점 더 열기를 띄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지금까지는 별로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였던 ‘학력’이라는 개념 자체까지 깊게 파고 드는 등 ‘학력 저하’ 문제를 둘러 싼 논의는 꽤 진지하게 펼쳐지고 있다.
도대체 ‘학력’을 재는 잣대는 무엇이며, ‘학력’이란 어떤 종류의 지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테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학력 저하’를 한탄하는 풍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어른들의 상투적인 불만에 지나지 않으며, 어느 시대에도 젊은이들은 이런 식의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학력 저하’를 놓고 이처럼 과민하게 떠들어 대는 것에는 일본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는 침체감과 나른함,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즉 만성적인 경제 불황이 ‘학력 저하’의 위기감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학력’이 ‘국력’의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학력’의 저하는 곧 ‘국력’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 지금 ‘학력저하론’의 암묵적 전제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같은 사고틀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일본 사회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학력 저하를 사실 이상으로 부풀려 위기감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음이 드러난다. 즉 ‘학력 저하’를 문제시하면 할수록 ‘국력의 저하’가 현실적인 위기로 엄습해 오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그 결과 일본 사람들의 ‘국력’에 대한 관심과 의식도 날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논의에는 일본이라는 ‘국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네오내셔널리즘의 색채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이연숙(히토츠바시대 교수·언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