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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美증시 '멀고 먼 봄'

입력 | 2001-03-04 18:32:00


나스닥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주 기대하던 조기 금리 인하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기업들의 실적 악화 전망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나스닥시장은 연속으로 5주째 주간기준으로 하락을 기록했으며 이 기록은 작년 9월부터 10월에 걸쳐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올 2월 이후 하락폭은 무려 24%에 달했고, 작년 3월 나스닥 사상 최고치에 비해서는 무려 58.7%의 하락을 기록중이다.

지난 주 잔뜩 기대를 모았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두차례에 걸친 의회증언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의 핵심은 현재 경기 둔화가 인플레이션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급락을 보인 것은 투자자들이 목놓아 기다렸던 이달 20일로 예정된 일정을 앞당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

현재 경기 상황도 긴급한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인가에 대한 판단도 혼란스런 모습이다. 콘퍼런스 보드에서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는 또 다시 급하게 낮아져 4년 반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미시간대학에서 조사하는 소비자신뢰지수의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를 알려주는 전미구매자협회 제조업지수(NAPM)는 근 1년 만에 상승세로 반전하며 경기 악화가 이미 멈췄다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현 경기상황에 대한 상반된 지표가 나타나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지표에서나마 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로인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반갑지만은 않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금주의 미국증시 전망은 역시 밝지 않다. 조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경고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스닥시장은 5주째 하락을 보였기 때문에 지수 2,000선 부근에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짧고 제한적인 반등이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통주 중심의 다우지수의 경우에도 지난주말 간신히 반등했지만 반등의 지속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금리 인하 여부에 있다기보다 경기 회복이 실질적으로 언제 가능한가에 달려있다. 즉, 금리 인하의 효과가 영향을 미쳐 경기 회복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호전되는 시기가 주식시장이 제대로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