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 출판만화의 미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작가 쪽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새로운 시각, 작법, 주제를 가진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글숲 그림나무·1만4500원)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의 1999, 2000년 ‘창작만화 제작지원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들의 모음집이다.
12편의 작품이 실린 이 책에는 미완성 작품들도 있지만 기존 만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기법과 내용을 담은 만화들도 적잖아 눈길을 끈다.
박건웅의 은 목판으로 찍어낸 듯한 기법의 작품으로 대사 한 마디 없이 양심수의 처절한 심정과 소외된 모습을 그려냈다. 마치 소설 을 연상시킨다. 김한조의 는 여성의 심리적 알레고리를 섬세하게 엮어나간 수작이다. 해방 직후 광복군의 활동을 소재로 한 탁영호의 ‘청춘’은 젊은 시절 황석영의 작품처럼 남성적인 힘이 넘친다. 한국 만화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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