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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로 안방극장 돌아온 박진희

입력 | 2001-03-04 18:39:00


“영주! 밑을 봐, 턱은 더 내리고.”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어느 허름한 판자집. 목청을 높이는 연출자의 지시로 막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삐∼걱’하며 녹슨 대문이 반쯤 떨어져 나갔다.

“다시 갑시다”.

5일 밤 방영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밤 9시50분)는 마치 이 대문짝처럼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인생을 꾸리게 되는 우리 사회 ‘미혼모’에 대한 드라마다. 그러나 ‘NG’가 난 삶은 드라마처럼 다시 찍을 수 없기에 편견과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의 인생은 계속 삐걱댄다.

드라마 제목인 는 유럽의 꽃 이름.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내는 강인한 의지를 상징하며 당당하게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는 주인공 영주의 탄생화(5월6일)이기도 하다.

촬영장에서 만난 박진희(24)는 특유의 깜찍하고 말괄량이 같은 분위기였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영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신이 영주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흠. 그럼, 제가 결혼전에 임신을 했다고 가정해야 하는 거죠?”

어려운 질문이라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인터넷에서 미혼모들의 사이트를 찾아봤어요. 스무살도 안된 어린 학생들인데도 미혼모가 되어 아기를 낳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내용들이 많았죠.”

갑자기 진지해진 그의 표정에서 슬픔이 엿보였다. 길고 갸름한 눈매가 그 표정의 근원지였다.

그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어린 엄마’들의 당당함에서 모성애의 위대함을 느꼈다”며 대답을 대신했다.

박진희와 짧은 사랑을 나눈 후 죽는 아이 아빠 ‘민혁’역은 이창훈이, 미혼모인 박진희의 상처까지 사랑하는 변호사 ‘승조’역은 류진이 맡았다.

박진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에 3학년 재학 중. 97년 KBS 청소년드라마 ‘스타트’로 데뷔했지만 모 이동통신 CF에서 늘씬한 몸매와 코믹한 표정의 ‘걸리버 걸’로 유명해진 ‘CF스타’다.

그 후 쇼 MC 등으로도 활약했던 그는 “연기가 무르익지 않은 만큼 착실하게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 하나에만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