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2일 ‘DJP회동’을 계기로 정계개편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정책연합 다음 수순 관심▼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여권이 사정(司正)과 선거법 재판을 통해 야당의원 탈당을 유도, 군소정당 연합 단계를 거쳐 ‘이회창(李會昌) 포위 전략’에 따라 정계를 개편하려는 작업에 사실상 착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권의 최종 목표는 중 대선거구제로의 선거법 개정, 더 나아가 남북관계의 변화를 구실로 한 헌법상 권력 구조 변경 시도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한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대통령의 하야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사실 DJP회동 후 발표된 7개 합의 사항 중 정계 개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 합의 정도가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DJP공조 복원→자민련 교섭단체 구성→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3당 정책연합 추진’ 등 여권 내 일련의 움직임이 결국은 정치권의 구도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나라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15명 탈당리스트 나돌아"▼
한편 한나라당의 이같은 ‘공세적 방어’는 당 내부의 ‘이상 기류’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기도 하다.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 수사를 계기로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계좌 추적 작업이 진행돼 왔는데 그 과정에서 개인 비리가 포착된 의원들에 대해 사정 당국이 곧 수사에 나설 것이란 설(說)이 나돌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에 ‘탈당 리스트’까지 유포돼 한나라당 지도부가 더 긴장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경기지역 의원 1명은 확실하다더라” “다른 4명도 흔들리고 있다더라” “15명이 거명된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는 등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있지도 않은 정계 개편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우리는 한나라당을 의식하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계 개편설 제기는) 전형적인 한나라당식 접근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野 내부단속 위한 자작극"▼
김영환(金榮煥)대변인도 “(한나라당이) 혈액순환이 잘되고 면역력이 살아 있다면 감기 몸살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왜 야당을 따뜻하게 이해하려는 여당을 싸움판으로 끌어들이느냐”고 비난했다.
김대변인은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탈하려면 여당의 차기 대선 승리 전망이 뚜렷하거나 한나라당 안에서 대권 경쟁이 가열돼 ‘균열’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같은 조건이 갖춰지지도 않았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 우리에게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흔들리고 있는 당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 정계 개편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내심 “올 봄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JP의 예고성 발언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정계 개편의 가장 큰 변수는 이같은 여권 관계자들의 기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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