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스타카토(뜯는 음) 전주에 바이올린이 은근한 소리의 선율로 끼어든다. 미니멀리즘 (극소주의) 음악처럼 계속 변주되면서 모습을 바꾼다.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신작이 아니다. 앨라니스 모리셋의 ‘올 아이 원트’다.
이어지는 곡. 피아노의 나지막한 전주에 이어지는 바이올린 선율이 유키 구라모토나 앙드레 가뇽의 뉴에이지 음악 같다.
그렇지만 이 곡은 비지스의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다. 솔리스트는? 의아하게 생각될 지 모르지만, 클래식 음반 레이블 필립스가 자랑하는 러시아 출신의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다.
그가 앨범 ‘스루 더 루킹 클래스(유리 들여다보기)’ 발매기념 연주여행의 일환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11일 오후 7시반.
“뻔한 앙코르곡은 연주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욕을 눈여겨본 음반사 직원의 권유가 이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익숙한 대중음악 선율의 ‘완전한 해체 후 재조립’이라는 점에서 이 음반과 콘서트는 흔한 선율 위주의 크로스오버와 구별된다.
웨더 리포트의 ‘깃털 모자를 쓴 여자의 추적’은 마림바의 리듬을 동반한 발리음악풍의 소리 풍경이 되고, 듀크 엘링턴이나 비틀스의 멜로디도 제나름의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첼리스트 겸 편곡자 매튜 발리를 위시한 6인조 밴드가 반주를 맡는다.
‘양념’ 격은 아니겠지만,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 소나타’ 가 2부 무대의 시작을 장식한다. 2만∼7만원. 02―598―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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