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는 기존의 정형화된 연주 관습을 파격적으로 뛰어넘은 혁신적이고 개성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20세기 중반의 클래식 음악계에 선풍적인 바흐 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1964년 이후로는 일체의 공개적인 콘서트를 갖지 않고, 녹음실에 틀어박혀 자신의 의도대로 되풀이해 연주 편집할 수 있는 스튜디오 작업에만 전념했다.
따라서 독특하다고 소문난 그의 연주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90년대에 그의 연주 모습을 수록한 일련의 LD들이 소니 레이블로 발매되었지만, 대부분이 여러 연주들을 짜집기하듯 편집해 놓은 것이어서 아쉬움을 주었다.
반갑게도 작년 12월 굴드가 자신의 대표적인 레파토리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한 영상이 처음DVD로 발매되었다.
이 영상은 1981년 4,5월에 뉴욕 콜럼비아 스튜디오에서 음반 녹음과 함께 촬영됐다.
굴드는 음반 자켓에서 보았던 것처럼 갈색 뿔테 안경을 눌러쓰고 자신이 직접 제작한 낮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온 몸을 피아노 앞에 바짝 붙이고 손가락을 눕혀 건반을 어루만지듯이 연주하는데, 자신의 연주에 맞춰 시종일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는 모습도 널리 알려진 소문 그대로이다.
화면 포맷은 4:3 표준 화면이며, 사운드는 PCM 스테레오와 돌비 디지틀 2.0 트랙을 함께 지원하는데, CD에 못지 않은 충실한 음과 자연스러운 잔향감을 즐길 수 있다.
DVD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지원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인데, 굴드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관한 6분 30초 가량의 도입부의 해설, 굴드와의 2분 분량의 짧은 인터뷰, 굴드에 관한 상세한 약력과 굴드의 바흐 녹음 목록,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들의 내지 해설 모음, 굴드의 사진 모음, 바흐의 생애 해설, 영상 감독과 녹음 장소 소개 등 풍부한 자료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20세기 음악계 최고의 기인이었던 굴드의 생애 마지막이자 최상이었던 연주를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록이다.
김 태 진(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