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80년대부터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지하에 비밀터널을 만들어 러시아 대사관의 모든 활동을 감시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의 ‘비밀터널 작전’은 지난달 미 연방수사국(FBI)에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FBI요원 로버트 필립 한센에 의해 러시아측에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지가 정보관리들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국가안전국(NSA)과 FBI가 공동으로 펼쳐온 비밀터널 작전은 첩보작전 사상 가장 많은 액수인 수억달러가 소요된 극비의 첩보활동으로 러시아 대사관 인력의 활동과 각종 시설을 몰래 감시하고 대화를 도청하는 게 주요 임무였다고 신문은 밝혔다.
신문은 또 80년대에 미국과 구 소련은 상대국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관에 대한 감시활동을 놓고 심각한 설전을 벌였을 때에도 비밀터널 작전은 진행중이었다고 밝혔다.
현 러시아 대사관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걸쳐 워싱턴의 위스콘신가에 건설됐으나 모든 건물이 사용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부터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비밀터널 작전이 정확히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와 유용한 첩보를 수집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으며 백악관과 FBI도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FBI가 한센을 체포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한센은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고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술적인 정보수집 능력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고 밝힌 대목이 바로 비밀터널 작전의 노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한 정보관리는 밝혔다.한편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최근호(12일자)는 한센이 적어도 2개의 첩보활동 프로그램을 러시아측에 누설, 미국의 대외첩보능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