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들국화’ 헌정음반에서 권인하와 박효신 등 선후배가 듀엣으로 부른 ‘그것만이 내세상’은 그 중 가장 잘 나온 노래로 꼽힌다.
기획자 강헌(음악평론가)의 말.
“이 노래를 부르겠다는 가수가 없었다. 워낙 노래가 두터운 톤으로 까마득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듀엣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선배로는 권인하가 떠올랐고 후배 중에서 박효신을 선택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신인급 중 그만한 가창력을 가진 가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박효신(20)의 가창력을 확인해주는 사례 또 하나.
그가 최근 내놓은 2집의 타이틀곡 ‘먼곳에서’는 ‘라디오가요발전협의회’가 3월부터 시행하는 ‘이달의 좋은 노래’에 처음으로 선정됐다. ‘라디오가요발전협의회’는 KBS MBC SBS 등 방송 3사 라디오 PD들이 좋은 노래를 뽑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협의회측은 “‘먼곳에서’는 라디오라는 매체 속성에 맞는 노래, 즉 이달의 대표적인 ‘듣는 음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먼곳에서’는 기승전결의 드라마적 구조를 가진 솔(Soul) 풍의 노래다. 무엇보다 박효신 목소리가 지닌 호소력이 듬뿍 담겨 있다. 박혜숙씨(26·회사원)는 “그의 중후하면서도 여린 흐느낌이 듣는 이로 하여금 왈칵 눈물을 쏟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효신의 목소리는 가다듬어야할 대목이 있다. 소속사 사장인 권인하는 “두터운 고음은 단연 정상권이지만 아직 저음이 풍부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박효신도 “사장님께 노래를 몸 깊숙이에서 끌어내고 호흡을 조절하는 기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박효신은 갓 스무살이다.
이야기해보면 스무살 이상 이하도 아니다. 장난기도 엿보이고. 사진을 찍을 때도 이쁘게 보일려고 애쓰고 사진 기자에게 부탁한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뛰어난 보컬 감성이 믿기지 않는다.
“루더 벤더로스의 노래를 들었을 때 전율을 느꼈어요. 이런 목소리가 있다니. 그 뒤 가창력이 빼어난 흑인 솔 가수들의 음반을 200번 듣고 100번 따라 불렀어요.”
고척고 재학 시절 그는 단순히 연습에 그치지 않았다. 아예 교본이 된 CD를 사서 노래할 때마다 “이 가수를 넘어서보겠다”고 맘먹으며 스스로 비교 평가를 수없이 했다.
그는 특히 솔의 매력을 ‘애드 리브’로 꼽는다. 노래할 때마다 스스로 감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순간의 감성을 보컬에 담으려 한다는 것이다.
데뷔한 지 1년반 남짓. 그동안 하루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그는 “가수가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며 “이 세계도 연구와 노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름도 모르는 팬들이 내 노래를 듣고 ‘고맙다’는 E메일을 보내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1월말에 낸 2집은 현재 20만장 선을 넘어 첫 음반과 마찬가지로 ‘스테디 셀러’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첫 음반은 지난 1년간 지속적인 판매를 보이며 50만장이 넘게 나갔다.
박효신은 이달초부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등 TV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데 이어 4월 13∼1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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