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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글이글]대한항공 요금인상 방침에 제주도민 격앙

입력 | 2001-03-06 09:49:00


대한항공이 오는 20일 국내선 요금을 대폭 올리기로 한 데 대해 제주관광협회, 제주경실련, 제주도의회 등이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대한항공이 경영부실로 인한 누적적자를 승객에게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며 규탄집회를 준비하는 등 요금인상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살리기 범도민 운동추진협의회등 제주도내 127개 단체는 6일 항공요금 인상저지 범도민투쟁위원회(위원장. 강영석)를 구성하고 오는 9일 오후 3시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도민 3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항공요금 인상 규탄 궐기대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요금 인상저지 범도민투쟁위원회 대표들은 이날 오전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항공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양 항공사의 요금 담합 의혹을 즉각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는 항공운송업을 '필수 공익사업 범주'에 포함시켜 적자 노선 발생시 각종 세제와 금융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동법등 관련 법령을 즉각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범투위는 또 정부는 제주 기점 항공노선이 제주도민에게는 필수적인 대중교통수단인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항공요금 변경시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항공법을 개정할 것도 건의했다.

범투위는 대한항공이 오는 20일부터 국내선 항공요금을 평균 12.1% 인상키로 했고 아시아나항공도 머지않아 같은 수준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항공료 인상으로 제주도민들이 뭍 나들이때 추가 부담할 비용은 연간 100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범투위는 농.수.축산물의 물류 비용과 관광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인한 피해까지 감안하면 1000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제주경실련은 이날 대한항공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부문별 경영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의 국내선 요금인상은 항공사의 누적 적자 때문이 아니라 경영부실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경실련은 "대한항공은 지난해 4625여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이는 정상적인 항공운송사업과는 무관한 영업외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부문에서 226여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주장했다 .

제주경실련은 또 "대한항공의 지난해 적자중 영업외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99년 5706억원에서 1조211억원으로 78.9%나 증가했고 이중에는 외환환산손실 2809억원, 유형자산 처분손실 1649억원, 법인세 추납액 1283억원, 기부금 182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제주경실련 김명범 시민사업국장은 "지난해 적자분 가운데 60.8%를 차지하고 있는 외환환차손은 일시적 환율 불안과 회사경영진의 외화자산 부채의 관리 소홀로 인한 손실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선물 거래나 적극적인 해지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는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본부도 이같은 문제에 관해 제주경실련이 협조를 요청해올 경우 적극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원은 "항공료가 인상되면 최근 5년간 제주노선요금은 무려 56%나 오르는 셈"이라며 "대한항공이 황금노선인 제주노선에서 경영부실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려는 것은 항공기 외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은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악용한 항공사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박의원은 또 "선박이나 열차는 각각 해양부와 건교부의 승인을 거쳐야만 요금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유독 항공요금만 신고제가 아닌 자율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제주도민은 건교부가 사업개선명령을 통해서라도 대한항공의 부당한 요금인상을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제주-서울 노선의 경우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비용이 다른 노선에 비해 덜 들기 때문에 다른 국내노선보다 인상률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며 대한항공측이 내세우는 적절한 인상폭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제주도 관광업계를 총괄하고 있는 제주관광협회도 이번 인상을 강하게 비난했다. 제주관광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요금인상으로 450여억원의 관광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광협회뿐 아니라 전도민이 나서 요금인상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 제주를 연결하는 10개 노선 운항으로 329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제주 노선은 흑자'라는 일부의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주노선 경영수지 내역을 공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제주 연결 노선 탑승객 564만명 가운데 제주도민은 88만명으로 16%를 차지했다"면서 "제주도민들이 연륙 교통을 항공편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 평균 요금 인상률이 12%이나 제주-서울 노선은 8.7%만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제주경실련은 "대한항공이 공개한 적자에도 영업외 손실분이 포함돼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보다 투명한 경영수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한 대한항공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3일 "국내선 항공노선의 적자 누적액이 최근 3년간 4000억원에 이르는데다 유가 상승에 따라 추가 인상요인이 생겨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