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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인터넷 유해정보 차단대책 시급…청소년 모방범죄 부추겨

입력 | 2001-03-06 18:40:00


“살인을 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동생을 살해 대상 1호로 지목했다.”

초등학생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6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양모군(15·중 3년·광주 동구)이 경찰관에게 털어놓은 ‘살해 동기’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것일까. 대책은 없나.

▽양군의 경우〓인터넷 게임에 심취한 양군은 “나는 남들이 망설이는 살인을 했기 때문에 죽음도 이길 수 있다. 폭탄을 만들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실험해보고 싶었다”는 등 중학생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끔찍한 말을 내뱉었다.

경찰조사 결과 양군은 99년부터 인터넷 격투 사이트인 ‘조선협객전’과 ‘신 영웅전’ 등을 즐겨왔으며 최근에는 엽기 사이트인 ‘바이오해저드’와 ‘귀신사랑’ 등에 심취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양군은 1년 전에 만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이름을 ‘좀비’(zombi·살아있는 시체)로 짓고 이 홈페이지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파충류, 살육, 쾌락이고 싫어하는 것은 정의, 법, 인간들이다. 가족과 정이 들면 안 된다. 사람을 죽여보는 게 소원이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문제점 및 진단〓이번 사건은 ‘죽고 죽이는’ 인터넷의 폭력게임이 청소년에게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끼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사이버 중독증’이 청소년의 의식을 황폐화시키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 모여관에서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성인들이 처음으로 자살한데 이어 지난달 6일에는 전남 목포와 충북 청주에서 평소 자살 사이트를 자주 접속했던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지난달 3일 대구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폭탄제조법을 배운 고교생이 시민운동장 주변에 놓아둔 사제폭발물이 폭발하는 바람에 시민 2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유해 사이트에 너무 쉽게 노출돼 모방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엽기’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수백 개의 엽기 사이트가 줄줄이 뜨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의 유해 환경도 문제지만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무관심이 사이버 중독에 이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전남대 한규석(韓圭錫·심리학과)교수는 “사이버공간은 청소년들에게 현실과 환상의 중간지대”라며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청소년들이 폭력 및 음란사이트에 탐닉할 경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충동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 사회 전반에 걸친 인터넷 재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당국의 대책〓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자살이나 음란, 폭력 사이트 등 인터넷 불건전 사이트 10만 곳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작업을 거쳐 불건전 정보에 대한 검색시스템을 구축했다고 6일 밝혔다. 윤리위는 99년 5월부터 ‘웹 로봇’을 가동시켜 불건전 사이트 DB작업을 진행해 10만8000여건의 전자목록을 완성했다. DB 목록은 불건전 정보차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70여개사에 무상공급될 예정이다.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