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계는 대사없이 소리와 몸짓으로 엮어내는 ‘넌버벌(Non Verbal·비언어) 뮤지컬’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DJ(김대중 대통령)의 표현을 따르자면 ‘도마를 두드리는 공연이 400만달러를 받게 됐다’는 ‘난타’가 있는가 하면 2월 공연을 마친 ‘도깨비 스톰’도 있다.
31일까지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두드락’은 ‘난타’처럼 완결성이 있는 스토리 구조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같은 넌버벌 계열로 분류할 수 있다.
‘두드락’의 강점은 무엇보다 연주력이다. 7개의 테마로 구성된 작품 가운데 마지막 ‘코리아 환타지’는 소리의 축제였다. 3개의 북을 결합시킨 ‘모듬 북’과 지름이 한아름이 넘는 대고(大鼓) 연주는 가장 원초적인 악기라는 타악기 특유의 힘과 리듬을 보여줬다.
두 번째 테마인 ‘런 런!(Run! Run!)’은 경찰과 도둑의 쫓고 쫓기는 상황을 재치있게 담았다. 이승준의 연기력과 클럼핑(발구르기), 클래식 발레인 ‘백조의 호수’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경찰의 코믹한 4인무가 어우러졌다. 아이디어와 연기력, 구성의 3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 수작이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사물놀이 리듬을 바탕으로 마임, 댄스 등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소리의 시각화, 문명비판 등을 의욕적으로 시도했지만 그 성과는 미지수다.
오프닝 테마인 ‘리듬&댄스 파노라마’에서 ‘코리아 환타지’까지 공연이 진행되면서 마치 길을 잃어버린 듯한 혼란을 준다. 그래서 하나의 완결된 공연을 봤다는 만족감보다는 조각조각 분절된 7개의 에피소드를 본 느낌이 된다. 특히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설정된 ‘가위 손’과 ‘지휘자’로의 장면 전환에서는 조명이 환하게 켜지는 바람에 공연이 끝났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오후 7시반. 1만∼3만원. 02―773―8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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