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마리우
‘그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소문은 과장돼 있었다.
다리가 다소 느려지고 예전에 비해 왼발슛도 무뎌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라운드 전체를 파악하고 상대팀을 꿰뚫는 시야는 보다 예리하다. 볼이 가는 곳엔 정확히 그가 있고 상대의 허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터뜨리는 득점력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스트라이커로 꼽을 만큼 빈틈이 없다.
94년 미국월드컵 본선 7경기에서 5골을 넣어 조국 브라질에 우승을 안기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1m69의 ‘오 바이징요(키작은 사람)’ 호마리우(35.브라질 바스코다가마).
그는 축구 선수로서는 ‘환갑’이라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라운드의 거인’다운 위풍을 과시하고 있다.
호마리우는 2002년 월드컵 남미지역예선에서 브라질이 출전한 10경기중 단 2경기만 뛰고도 득점 랭킹 1위에 올라있다. 볼리비아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했고 베네수엘라전에서는 4골을 몰아쳤다. 호마리우가 합류하기전 단 한골도 넣지 못하며 비틀대던 브라질은 단숨에 예선 2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호마리우에 대한 평가는 아직 반반이다. 골 잔치를 벌인 상대가 약체팀이었다. 수비 라인이 탄탄한 콜롬비아전이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갑작스런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사실 호마리우가 98년 프랑스월드컵에 결장한 것도 장단지 부상때문이었다. 2002년 월드컵 출전도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그의 발목을 잡아온 근육 부상이 관건이다.
호마리우가 이처럼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것은 훈련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 특유의 게으름 때문. 95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브라질 플라멩고로 돌아갔을 때도 이 문제로 당시 완더리 룩셈부르고 감독과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 사이가 나빠진 룩셈부르고 감독은 “게으른 천재는 필요없다”며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결과는 호마리우의 진가를 제대로 보지못한 룩셈부르고감독의 경질이었고 호마리우는 당당히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늙은’ 호마리우에게 의존해야하는 브라질은 ‘불행한 팀’으로 불린다.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가 부상으로 빠진데다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가 있긴 하지만 값비싼 몸값을 치르고있는 소속팀 바르셀로나가 좀처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결국 29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본선 티켓 사냥에 나서는 브라질의 ‘운명’은 호마리우의 두 발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bae2150@donga.com
호마리우는 누구
▽소속팀:브라질 바스코 다가마
▽포지션:스트라이커
▽생년월일:66년 1월29일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기록:65경기 59골
▽A매치 데뷔전:87년 5월 아일랜드전
▽주요 MVP 수상:94년미국월드컵,97년 컨페더레이션스컵,97년 89년 코파아메리카,94년 스페인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