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서 뛰어야 하니 정말 힘들어요."
벨기에 프로축구 1부리그 앤트워프에서 활약하고 있는 설기현을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털어놨다.
끊임없이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면서 뛰지 않으면 팀 전술을 소화해낼 수 없다는 말이었다. 독일 쾰른에 와 3주 동안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의 프로축구 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등을 보면서 느낀 것은 ‘플레이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86멕시코월드컵에 출전했고 네덜란드 프로리그에서 뛰었지만 당시와 요즘의 플레이를 비교해보면 정말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과거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상대 선수 5,6명을 가볍게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이 요즘에는 잘 나오지 않는 이유도 수비가 엄청나게 강해진데다 플레이가 빨라져 한 선수가 예전처럼 볼을 잡고 한참동안 드리블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빠른 플레이를 하면서 또 끊임없이 생각까지 해야 한다니…. 생각하는 축구는 바로 ‘창조축구’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축구 기본기 훈련을 확실하게 하면서 선수 스스로 상황마다 왜 이런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깨닫고 연구하는 교육도 병행되어야만 생각하는 창조 축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이 훈련 중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자꾸 이야기 하라고 지시하는 것도 바로 생각하는 축구를 강조하는 부분이다.
8일이나 9일에는 에메 자케 전 프랑스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앞으로 유소년축구 양성에 온힘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 자케 전 감독에게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과연 진정으로 생각하는 축구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