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큰아들을 중학교에 보낸 주부 이모씨(40·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는 어처구니없는 교육현실의 한 단면을 발견하고 분노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데 든 돈은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운영지원비를 포함해 17만8300원. 그러나 채 5분 거리도 안되는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아파트에 사는 친구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냈지만 단돈 4만200원만 들어갔다. 학교운영지원비 명목이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교육청 등에 알아본 이씨가 들은 답변은 “용인시는 중학교 의무교육 대상지역”이라는 것이었다.
수원 영통신도시의 작은 평형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 지역의 큰 평형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도 자신들은 20여만원을 내고 영덕리 주민들은 의무교육 혜택으로 4만원만 내면 되기 때문.
현행 중학교 의무교육제도의 운영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중학교 의무교육은 85년 도서벽지를 대상으로 시작해 92년부터는 농촌의 읍면지역 학생들에게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92년 확대 적용할 당시 대상지역이었던 읍면지역은 시(市)승격 이후에도 계속해서 혜택을 받아 형평성 시비 등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92년 이후 경기도내 군에서 시로 승격된 남양주, 평택, 용인, 파주, 이천, 안성, 김포 등은 계속해서 의무교육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적용직전인 92년 2월 1일 시로 승격한 고양시와 과천시는 제외돼 있다.
여러 시군이 합쳐 1개시가 된 도농복합지역은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95년 5월 평택시와 송탄시, 평택군이 합친 평택시의 경우 안중면, 포승면, 팽성읍 등 기존 평택군 지역은 혜택을 받는 반면 구 송탄시와 평택시 지역은 혜택이 없다.
95년 1월 승격한 남양주시도 기존 남양주군 지역(학생 8600여명)은 혜택을 받고 구 미금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7500여명)들은 수업료를 납부한다. 때문에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중학교와 교육청은 학부모들의 항의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다.
이렇다 보니 해당 교육청도 의무교육 대상지역이 어디인지 모르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고양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시에는 의무교육 적용 학생들이 없다”고 답했지만 일산구 덕이, 구산, 법곶, 가좌 등 4개동 학생들은 의무교육 적용을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농촌이 급속히 도시화됐지만 법이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형평성문제가 제기됐다”며 “2002년 신입생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면 이 같은 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1, 2학년들은 졸업 때까지 계속 모순된 제도의 적용을 받아야한다.
현재 경기지역 중학교 수업료는 연간 50만400원. 3년치를 따지면 150만원의 적지 않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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