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발전에 기여한 사람의 자녀를 입학시 우대하는 ‘기여우대제’를 연세대가 도입키로 한 데 대해 사립대들은 “사립학교의 재정 여건상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대학들도 있었다.
고려대는 “본격적인 준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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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섭(朴明燮)기획실장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설 투자 비용이 들지만 국고 지원비율은 대학 운영비의 한자릿수에 머물러 사립학교의 재정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며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등록금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올려 전체 학생들에게 부담지우거나 아니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이재웅(李在雄)부총장도 “정부가 사립학교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어 교육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며 “기여입학제는 소수의 잘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 다수의 못사는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라며 찬성했다.
이에 반해 서강대측은 “대학 졸업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기여입학제 도입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입학에 필요한 기부금의 정도에 따라 사립대학간 서열이 생기고 △기부금을 낼 수 없는 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되며 △성적이 아닌 경제력에 의존해 입학한 학생들이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화여대측은 사립학교 재정난 해소라는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육 때문에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교육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사회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립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기 힘들어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요 사립대들은 은근히 이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는 눈치다. 지난해 서울지역 입학처장들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할 시점이 되지 않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묻기도 했다.
90년대초부터 제기됐던 기여입학제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이같은 제도의 도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특별전형은 사회통념적 가치기준에 적합한 합리적인 기준과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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