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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싸이, "가끔 사이코처럼 놀아봐"

입력 | 2001-03-09 13:44:00


지난 70년대 '쇼킹 블루스'의 'Venus'를 샘플링한 펑키 힙합곡 '새'로 국내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Psy, 본명 박재상). 그의 매력은 '다듬지 않은 솔직함'에 있다.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모든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하겠다는 고집이 그것이다.

싸이의 무대 매너는 매우 파격적이다. 백댄서들과 함께 격렬한 춤을 선보이다 옷을 집어던지는가 하면 객석으로 뛰어나가 관객을 선동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데뷔앨범 'Psy From The Psycho World'를 발표한지 겨우 4달째 접어들지만 독특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싸이를 서울 여의도의 한 방송국에서 만났다. 그는 "나 자신을 사이코(Psycho)라고 자처하면 내 멋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싸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 강렬한 무대매너가 돋보이는 데뷔곡 '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감은?

- 내가 하고 싶은 솔직한 표현을 인정해 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옷도 던져보고 풍선을 들고 나오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요즘은 반응이 괜찮았던 것들을 추려서 선보이고 있다.

▼ 요즘 가요순위 프로는 물론 오락물에도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다. 가수로서 마이너스가 아닐까?

- 아웃사이더 류의 음악을 하는 가수로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2년동안 싸이를 사랑해준 팬들의 불만어린 목소리도 듣고 있다. 하지만 근시안적으로만 보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제도권에 들어온 이상 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법을 택한 것 뿐이다.

▼ 1집은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경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싸이가 데뷔앨범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 힙합과 펑키를 내 방식대로 표현하고자 노력은 했지만 아직 배워야 할게 많다. 1집은 오래 전에 만든 것이어서 스스로 만족스럽지가 않다.

▼ '새'를 들어보면 여성에 대한 발언이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 특별히 여성을 비하하려 한 것은 아니다. 노래에서 묘사된 여자들은 소위 있는 집 자제들인데 어떤 사회나 그런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다음 앨범에는 반대로 잘 나가는 남자가 타깃이 될 것이다.

▼ 이번 앨범에서 추천할 만한 곡이 있다면?

- '새'와 후속곡 '끝'과 'I Love Sex'를 권한다. 가식 없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 노래듣기

  - 새

  - 끝

  - 나에게 맡겨봐

  - I Love Sex

▼ 나이트 클럽 상황을 묘사한 '레이디'나 성적인 농담이 가득한 'I Love Sex'의 경우 실제 경험처럼 들린다.

-이번 앨범에 수록한 20곡은 모두 내 경험담이다. 나이(23세)에 비해 여자는 많이 사귀어보았고 고교 재학시절부터 나이트클럽을 자주 드나들었다. 최근 무대에서 선보이는 춤도 7년간 밤무대를 다닌 결과물이다.(웃음)

▼ 요즘도 나이트 클럽에 자주 가는지 또 여자친구는 있나?

- 나이트 클럽은 시간이 나면 간다. 춤을 추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악상을 구상하기도 한다. 여자 친구는 있다가 없고 그렇다. 특히 가수 활동을 하다 보니 떠나가더라.

▼ 가요계에 데뷔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 처음부터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음악이라고 해봐야 어린 시절에 클라리넷을 잠시 배운 게 전부였지만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걸 보면 연예인의 끼가 있었던 것 같다. 98년 미국 버클리 대학 프로페셔널 음악과에 입학해 음악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99년에 '신화'의 소속사에서 2집에 수록할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학업도 미뤄놓고 처음으로 만든 곡이 '나에게 맡겨봐'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신화가 부른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는데 정작 음반에는 내 노래가 빠져있었다. 이에 대해 기획사 측은 별다른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서 그럴 바에 내가 노래를 불러보자고 결심했고 가수의 길을 택한 것이다.

▼ 학업은 계속할 생각인가?

- 2학년 2학기를 휴학한 상태인데 더 다닐 생각은 없다. 실용음악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알게 됐고 더구나 졸업장이 필요한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 그렇다면 또 다른 관심사가 있나?

-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 미국의 '플레이보이' 처럼 고급 에로물을 만들고 싶다. 에로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의외로 좋은 게 많다. 영화 제작도 하고 에로틱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OST 음악도 만들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 일부 연예인의 병역 기피 의혹을 어떻게 보나?

- 말도 안된다. 방송에서 비쳐지는 모습과 실생활이 다른 사람은 정말 싫다. 부정한 방법으로 피해선 안된다. 작년에 학원을 다니며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방위 산업체에서 근무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할 생각이다.

▼ 솔직함을 좋아하는 싸이의 관점에서 본 우리 가요계는 어떤가?

- 립싱크를 하는 가수도 보여주는 것에만 치중하는 잘못이 있다. 하지만 방송국도 문제다. 가수를 음악인이 아닌 연기자로 본다. 문화는 뛰어가고 있는데 방송은 걷고 있다. 열악한 가수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홍보할 곳은 방송국뿐이니 구시대적인 생각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송사 음향 상태가 엉망이니 라이브 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순위 프로그램의 경우도 정확한 조사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은 음반 판매량과 뮤직 비디오 방영 회수를 종합해 공정한 순위를 매긴다. 가수들은 뮤직 비디오로 자신을 홍보하고 대형 시상식에서나 얼굴을 비친다. 그게 정상 아닌가?

▼ 앞으로 싸이가 보여줄 것은 무엇일까?

- 결론적으로 재치있는 음악 프로듀서가 꿈이다. 가수는 나를 알리는 수단이어서 오래 할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 힙합과 펑키를 좋아하지만 프로듀서로서 가수에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주고 싶다.

▼ 2집은 어떻게 꾸밀 것인가?

- 이미 노래는 많이 만들어 놓았다. 좀더 끈적이는 사운드를 가미할 것이다. 1집에서 18곡이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2집은 더 직선적인 내용을 담을 생각이다. 아마 15곡 정도는 금지곡이 되겠고 5곡은 방송이 가능한 얌전한 노래로 꾸민다. 데뷔앨범은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만들었지만 새 음반에는 가능성 있는 신인 작곡가와 함께 작업한다.

▼ 집에서는 반대가 무척 심했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어떤가?

- 처음에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 사무실에서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빈둥거리며 놀던 아들이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좋아하신다.

▼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 일단 5월까지 1집 활동을 하고 올 가을에 새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콘서트를 많이 하고 싶다.

▼ 싸이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다음 사이트의 '싸이 사랑'에 가면 2400명 정도되는 팬들이 있다. 그 중에 남성팬이 60%정도가 된다더라. '형 부대'라고나 할까?(웃음) 나의 음악과 무대 매너를 보면서 후련함을 느끼고 도발했으면 한다. 내 홈페이지(www.starworker.com/psy)에도 많이 놀러와주면 좋겠다.

항간에는 나를 두고 '별걸 다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 역시 편하지는 않다.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다. 어서 얼굴이 알려지고 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싸이의 세상' 말이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