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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파산/국내건설업 피해는]협력사 줄도산 우려

입력 | 2001-03-09 18:31:00


법원이 동아건설의 회사정리절차를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일부 아파트의 입주지연이 장기화하고 각종 공공공사도 잠정 중단되는 등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300여 동아건설 협력업체 및 자재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도 우려된다.

고려산업개발 최종부도에 이은 이번 조치로 정부의 건설업계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가 분명해져 건설업체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 수립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

사업장

가구수

최초 입주예정일

공정(%)

비고

경기 용인 구성 솔레시티

1,701

2000년 12월말

83.0

·공사 중단
·한국부동산신탁과 공동사업

서울 봉천 3구역 재개발

5,387

2001년 5월말

76.0

·공사 중단

서울 상월곡 재개발

1,531

2001년 10월말

59.0

·공사 중단

경기 의왕 연합주택조합

541

2001년 5월말

86.5

·공사 중단

서울 면목동 늘푸른재건축

573

2002년 1월말

28.4

·공사 중단

서울 도봉동 동아 2차

526

2002년 6월말

18.8

·자체 사업
·공사 중단

서울 정릉 숭덕 푸른동아 재건축

529

2002년 8월말

21.6

·공사 중단

서울 행당 3지구 재개발

375

2002년 10월말

25.0

·공사 중단

서울 사당 동아에코빌 재건축

444

2003년 5월말

5.0

·공사 중단

▽입주지연 장기화〓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는 13개 단지 1만5774가구(표). 이 가운데 임시사용 승인을 받은 서울 신당3구역 등 4개 단지 4167여 가구는 입주완료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9곳 1만1607가구. 법원과 분양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 동아건설, 채권단 등이 한자리에 모여 개별현장 단위로 공사를 계속할지, 동아건설이 계속 시공을 맡아야 할지 등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 그만큼 사업은 늦어진다.

동아건설 시공 아파트 가운데 경기 용인시 구성면의 솔레시티와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동아 2차를 뺀 나머지는 모두 재개발 재건축사업. 사업지연에 따른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주택보증 이상호 보증부장은 “빨라야 올 하반기 이후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합이 조속히 협상단을 구성해 대한주택보증과 사업 재개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추가부담금 규모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130곳 2조3850억원(시공기준)에 이르는 국내 각종 공공공사도 현장별로 발주처와 동아건설, 채권단, 법원 등이 사업계속 여부를 논의해야 하므로 역시 사업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협력업체 연쇄부도 우려〓동아건설의 협력업체 및 자재납품업체가 돌려받아야 할 채권액은 7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동아건설이 파산처리될 경우 이들이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이 되며 연쇄부도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경우 다른 건설업체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건설업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며 “대형업체가 부도나더라도 협력업체는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구조조정 빨라진다〓건설교통부는 최근 연내 1만개 업체 퇴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기침체로 건설공사 물량이 줄었는데도 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그 뒤 현대 계열사인 고려산업개발 최종부도에 이어 지난해 건설 도급순위 7위인 동아건설이 사실상 파산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부연구위원은 “건설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실해졌다”며 “무작정 공사를 따내고 주택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철저히 수익성을 따지는 경영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건설은 어떤 회사?…70년대 중동특수로 승승장구▼

국내 건설도급 순위 7위의 초대형 건설업체인 동아건설이 9일 법원의 회사 정리절차 폐지 결정에 따라 사실상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1945년 충남토건사로 설립된 이 회사는 교량 고속도로 등 정부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한 전형적인 토목 플랜트 전문업체.

72년 동아건설로 상호를 바꾼 뒤 중동건설 특수를 타면서 사세를 확장시키던 이 회사는 83년에 38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 1단계 사업을 수주하면서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발돋움하면서 90년대 초까지 승승장구했다.

시련이 시작된 것은 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이듬해 터진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최원석(崔元碩) 전 회장이 연루돼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부터. 이후 최 전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회사 경영은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94년 이후 계속된 주택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 현장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경영난을 자초했다.

결정타가 된 것은 97년말 몰아닥친 외환위기였다. 각종 투자사업을 벌이기 위해 빌려왔던 자금 회수 요구가 집중된 데다 아파트 미수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그 결과 98년 5월 최 전회장은 채권단에 의해 퇴진당했고 같은해 9월 동아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1호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후 고병우(高炳佑) 전 회장과 최동섭(崔東燮) 전 회장이 잇따라 사령탑을 맡아 회생작업을 펼쳤으나 채권단의 비협조, 직원들의 고 전회장에 대한 불신 등으로 회사 경영은 정상화의 길에서 멀어져 갔고, 채권단은 작년 10월 워크아웃 중단이라는 사실상의 사망 선고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동아건설은 회생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지만 채권단과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