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9일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기본합의서 상의 불가침조항을 활용해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과 향후 추진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주목을 끄는 것은 2차 정상회담에서 ‘평화선언’ 채택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서 평화선언을 논의하려던 구상을 접었다기보다는 다소 ‘속도 조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미국측 분위기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화선언에 따른 평화협정 체결은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정전협정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모두 관련되는 국제적 성격을 띤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결되는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등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1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과정에서 소외됐던 미국은 그동안 남북한만의 합의를 통해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현상유지’를 흔드는 요인이 발생하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은 남북이 기본합의서 상의 불가침조항을 이행해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측의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미 공화당정권이 대북포용정책 구도 속에 들어오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평화선언이 아닌 기본합의서를 들고 나온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대통령은 평소에도 기본합의서가 ‘평화의 장전’이라고 언급해 왔고, 장관급회담이나 국방장관회담 등 일련의 남북대화도 따지고 보면 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추진돼 왔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포장을 하든 모든 지향점은 민족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이 불가침조항을 언급한 것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근본구상의 변화나 대북정책의 방향 전환보다는 미국의 의구심 해소에 초점을 맞춘 ‘표현의 변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김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기본합의서를 거론하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최근까지 기본합의서를 일단 한 쪽으로 제쳐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2차 정상회담이나 장관급회담 등에서 북한에 이를 어떻게 설득해 적절한 호응을 이끌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spear@donga.com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조항
조항
주요 내용
9
상대방에 무력사용 않고, 무력으로 침략하지 않는다
10
의견대립과 분쟁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적 해결
11
남북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53년 7월27일)에 따른 군사분계선과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규정
12
남북군사공동위 구성 운영(①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통제 ②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 ③군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④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⑤검증문제 등 군사적 신뢰조성과 군축 실현 등을 협의 추진)
13
무력충돌 및 확대방지를 위한 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 설치 운영
14
군사분과위 설치 통해 불가침 합의 이행 및 준수 등 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