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내놓은 ‘포괄적 상호주의’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된 대북(對北) 인식차를 좁히기 위한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8일 한미 정상간의 첫 공식 대좌에서 ‘엄격한 상호주의’와 ‘철저한 검증’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과 접목시키려고 했던 노력이 벽에 부닥치자 기존 ‘신축적 상호주의’ 기조를 유지하되 ‘검증을 보완’한 일종의 수정 제안인 셈이다.
김대통령이 제시한 포괄적 상호주의는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 대북 지원에 있어 상호주의를 지키되 식량 지원과 이산가족문제 해결에는 비동시적, 비대칭적, 비등가적인 상호주의를 적용하겠다던 ‘탄력적 상호주의’에서 다소 ‘진화(進化)’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3가지를 주고 3가지를 받겠다’는 대칭성의 개념에 더해 김대통령은 이날 “약속이 실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검증’이라는 상호주의의 기본 원칙을 언급함으로써 미국의 강경 입장을 달래려는 뜻을 보였다.
김대통령을 수행중인 김하중(金夏中)대통령외교안보수석은 이와 관련,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로서도 우리가 주는 것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면서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상호주의를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포괄적 상호주의’는 과거 북한 핵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뤄질 때 강조됐던 ‘일괄 타결’ 개념을 도입하되 중간협상 과정에서 신축적, 단계적, 시차적으로 개별 현안을 해결하고 각 단계마다 검증을 강화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포괄적 상호주의는 ‘적용 수순’에 있어서 미국측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미국은 현재 대북 정책의 기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북한과 그 지도부에 대한 의구심을 숨기지 않으며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투명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간 실무 협의를 통해 ‘포괄적 상호주의’와 ‘철저한 상호주의’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포괄적 상호주의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이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철저한 검증을 앞세우는 미국의 입장에 강하게 저항하겠지만 결국 김대통령이 제시한 포괄적 상호주의에 신중한 접근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힘의 우위 정책을 내세우는 미국과의 정면 대결이 북한 체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scooop@donga.com
김대중 정부의 상호주의 관련 발언
일시
발언
내용
1998.5.10
김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인도적 대북 무상지원, 정경분리원칙의 민간기업 교류협력, 정부대 정부간 상호주의
1999.1.7
국가안전보장회의
상호주의 지키되 비동시적 비대칭적 비등가적으로 연계
1.29
강인덕통일부장관
대북지원에 있어 상호주의를 융통성있고 탄력성있게 적용
2000.9.30
제주일보 창간회견
경제분야 협력은 상호주의, 식량지원은 상호주의 될 수 없다
2001.3.8
미 상하원외교위 간담회
사안별 동시적 반대급부 요구보다 포괄적 상호주의 바람직
포괄적 상호주의에 대한 남-북-미 입장예상
항목
남한
미국
북한
핵심요소
북-미의 긍정적 대응
북한의 미사일문제 선(先)조치
미국의 체제 및 지원 보장
검증절차
일괄추진후 향후 검증
검증체계 구축 강화후 지원
북한 주도의 검증 약속
정책추진
북―미대화 권고 및 주선
대외정책팀 구성후 장기적 검토
미국의 과거약속 이행
성과전망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
북한 태도에 따라 단계적 대응
미사일 양보후 보상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