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관료나 금융감독원 간부가 은행의 감사로 내려가는 ‘낙하산식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3월 들어 은행의 정기 주주총회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은행 감사 선임이 이어지고 있다.
조흥은행은 9일 주총에서 금융감독원 김상우 부원장보를 감사로 선임했다. 10일 열리는 서울은행 주총에서는 금감원의 장광용 기획조정국장이 내정됐다.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한빛은행은 5일 임시주총을 열어 박진규 재경부 홍콩재경관을 감사로 선임했다. 광주은행도 금감원 양동혁 국장을 감사로 뽑았다.
외환은행 감사에는 대주주인 한국은행의 하평완 국장이 내정됐다.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하나로종금도 5월 정기주총에서 감사가 관료출신으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외에도 국민 신한 하나 한미은행의 감사가 정부 출신 인사다.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낙하산 인사가 2차 금융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낙하산 인사로 감사가 임명된 한 은행의 관계자는 “정부의 지분이 높아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은행의 경영정상화보다는 고위관료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 감사 자리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감독당국의 인사가 은행의 임원으로 오면 감독원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감독과 관련한 업무규정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에 감독관청의 간부가 감사로 많이 임명되지만 이를 당연시하는 것은 금융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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