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업 모형과 전략/알란 아푸아 외 지음/조남기 이경전 옮김/476쪽, 2만원/한국학술정보
올해 들어 인터넷과 벤처 기업에 대한 열기와 관심은 점차 줄었지만, 이들 분야에 대한 연구서는 오히려 점점 더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다.
초기 인터넷 관련 책들이 아마존이나 델 컴퓨터, 시스코 등 성공 기업 사례 소개를 중심으로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쳤던 반면, 최근 출간된 책들은 인터넷 관련 이론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도 이런 흐름 하에 인터넷 사업 모형(business model)과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선 이 책에서는 인터넷 사업 모형을 보다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흔히 사업 모형이라고 하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이런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업의 활동, 그리고 이런 활동 결과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의 원천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어떤 시장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범위의 문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인력, 자원 시스템 등 사업 수행 능력의 문제, 경쟁자의 모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문제 등을 사업 모형의 구성 요소로 추가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닷컴 기업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재도약하거나 혹은 지금 새롭게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사실 인터넷 산업 초기에 닷컴 기업들은 자신의 고객들을 동질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된 인터넷 사용자인 네티즌들이 10대, 20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들은 유사한 문화적 코드를 가진 집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 사용자들의 연령대나 직업군이 확대되었으며 그 결과 매우 이질적인 세분 시장, 세분 고객이 형성된 것이다. 이제는 이 책의 지적처럼 어떤 세분 시장을 목표 고객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의사결정 문제로 대두됐다.
사업 수행 능력상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모든 인터넷 기업들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벤처 형태로 출발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대한 관심과 코스닥 폭등으로 인력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용이했다. 대학과 대기업의 유능한 인재와 시중 자금이 벤처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인력과 자금 확보에 대한 철저한 고려 없이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끝으로 저자가 지적한 것은 모방에 관한 대비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초기 인터넷기업들은 선진 기업의 사업 모델을 많이 모방했다. 그만큼 인터넷에서는 모방이 용이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사업을 확장하는 시기에는 기업들에게 잇점으로 작용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시기에는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쟁사의 모방으로부터 자신의 차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교과서 형식이라는 점이 흠이지만 인터넷 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톨릭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