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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동아건설 파산의 교훈

입력 | 2001-03-09 18:51:00


법원이 동아건설에 대해 채권단 종업원 건설교통부 등의 법정관리 유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파산을 결정한 것은 법률상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의 의뢰를 받아 실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이 기업을 존속시킬 때보다 청산하는 것이 2000억원 가량 가치가 더 있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동아건설은 이미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동아건설 같은 대형 건설회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경제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경제 외적 고려에 의해 무한정 끌고 가는 것은 국민 부담만 늘릴 뿐임을 법원이 용기있는 결정을 통해 확인해주었다.

그동안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동아건설에 협조융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쏟아부은 7600억원 가량의 돈도 회수가 의문시된다. 재판부가 지적한 대로 채권단과 종업원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인, 즉 국민에게 계속 손해를 끼칠 수는 없는 일이다.

80년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독점 수주하면서 급성장하던 회사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전적으로 전 사주 최원석(崔元碩)씨의 방만하고 부패한 경영에 책임이 있다. 최씨가 부패한 경영을 보호받기 위해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정권 시절에 바친 뇌물 액수는 재계 순위(10위)를 껑충 뛰어넘은 2위였다.

최근에는 최씨가 경영을 맡은 1988∼97년 10년 동안 해외부문에서만 4700억원 가량 분식회계를 했다고 동아건설 경영진이 법원에 스스로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으니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최씨 등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민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동아건설은 국민부담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채권단이 새로 임명한 경영진은 비자금을 조성해 선거판에 돈을 뿌렸고 전 사주 최씨는 회사내 세력과 연계해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리비아 정부는 대수로 2단계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35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제기해 놓고 있다. 이 공사가 차질을 빚는다면 손해배상 액수도 엄청날뿐더러 한국 건설업체의 신인도가 크게 손상돼 올 들어 급증하는 중동 지역의 건설공사 수주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공정 95%에 이른 공사를 탈없이 마무리짓고 미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관련부처가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