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속적인 대북포용정책 추진에는 견해를 같이했지만 북한에 대한 인식과 북―미관계 등에 관해선 적지 않은 이견을 보였다. 이 같은 시각차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또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명의 분석을 들었다.》
▼로버트 스칼라피노/"한미공조속 북-미관계 교착상태 예고"▼
정상회담 후 부시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미국이 북한과의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행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는 김 대통령이 바라던 바로 전체적으로 볼 때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 뉴욕타임스 "미사일협상 연내 재개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미 언론 등에 보도되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재 형성단계에 있으므로 대북정책 추진 방향과 한미 공조 문제를 거론하기엔 아직은 이르다. 언론은 통상 차이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에도 한미간 이견을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없기 때문에 이번엔 일반적인 이야기만 했다. 대북정책에서 검증과 상호주의를 강조한 것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의 대북정책 발언이 자주 바뀌는 것은 행정부 내에 정리된 대북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도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클린턴 행정부 때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북―미 관계는 당분간 교착되겠지만 한미 공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로버트 스칼라피노(버클리대 명예교수)
▼케네스 퀴노네스/"미 포용정책 유지… 협상방법만 바꿀것"▼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 김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국무부는 동아태담당차관보 등의 인준이 끝나지 않아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가 안됐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북한 문제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주로 대북 강경파들의 이야기만 듣고 관점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회담에 임했다.
물론 한미간에는 북한 미사일 문제 등에 관해 이견이 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과 한국의 일방적인 대북지원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과 이를 수행하는 방법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미국은 기본적인 대북정책은 바꾸지 않은 채 협상방법만 바꿀 것이다.
90년대 초 미국의 대북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처음 입안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으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이 당시 이에 관여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공조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워싱턴과 서울 중 어느 쪽이 대북정책을 주도할 것이냐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니라 앞으로 제네바 기본합의가 계속 준수되고 한미공조가 잘 이루어질 것인지 여부이다.
케네스 퀴노네스(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김영진/"부시, DJ정책 불신…시각차 극복 과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김 대통령의 대북화해 정책을 총론적으론 지지하지만 북한에 대해선 회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명백히 나타냈다.
이는 한국의 대미외교에 문제점이 있음을 노출시킨 것이기도 하다. 미 행정부의 대북 기본정책을 오판하고 안일하게 인식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김 대통령은 혹을 떼러 왔다가 혹을 붙인 격이 됐다.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이견을 드러낸 것은 외교 관례상 매우 드문 일로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기본적으로 불신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한국의 김 대통령 반대 세력에겐 고무적인 신호이다.
한국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면 미국은 한국정부를 뒷받침하기가 힘들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남북 평화협정을 서두르면 미국과 또 충돌하게 되므로 이번에 표면화된 한미간의 기본적 시각차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부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보다 현실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스타일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김영진(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