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당분간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과의 협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부시 행정부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북 전략과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시작된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유보시킴으로써 미 행정부는 북한의 진정한 평화 의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또한 협상 유보 결정은 북한을 대치에서 외교적 관계로 이끌어내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렸다.
지난해 말 북한은 식량 원조와 경수로 건설을 조건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검증 가능한 협정이 체결됐다면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줄었다면 현재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압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으며 이는 이란 파키스탄 등 위험지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전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개발 중지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 약속을 받아내지 못함으로써 검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장거리 미사일을 파괴할 것인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과거 냉전시절 미국과 구소련은 오랜 기간 군축 협상을 벌였으며 이 협상은 대부분 예측가능한 결과와 상호 존중을 기초해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상호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미국내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화의지 없이 단지 시간 벌기만을 원하고 있으며 서방국가들로부터 원조받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은 남한은 물론 서방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진지한 의지를 보여줬다. 부시 행정부는 아직 대북 정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논의 단계에 있는 듯하다. 부시 행정부는 아직 완전하게 해결되지 못한 미사일 문제를 주의 깊게 검토한 후 늦게라도 올해 안에 북한과의 구체적인 협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화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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