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경제 중심 지나쳐 문화의 향기 느낄줄 모른다
사랑, 그것도 에로스를 주제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 조정옥씨(43).
전공이 그래서인지, 출강하는 대학에서 성이나 사랑에 관한 강의는 대개 그의 몫이다. 이번 학기에도 성균관대 한신대 등에서 ‘성과 사랑’ ‘성과 문화’ ‘예술과 철학’를 강의하고 있다.
그가 책을 펴냈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화예술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예술에 관한 아름다운 고백’(철학과현실사).
그는 이 책에서 니체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하르트만 등의 철학을 빌어 우리의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문학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놓고 있다.
니체를 통해 정호승 정현종 등의 시를 분석하고, 쇼펜하우어의 의지론을 통해 예술표현의 자유를 논한다. 후설과 같은 현상학자의 눈을 통해 다양성과 미감이 부족한 우리 건축을 반성하기도 한다.
책 제목은 ‘…아름다운 고백’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한국 문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화를 바라보는 통념’에 대한 비판이다.
가로등 의자 책꽂이 볼펜 등 어느 것 하나에서도 진정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영화의 세련되지 못한 색감에 대해서도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책 곳곳에서 우리의 시각을 바꾸라고 권한다. 가장 먼저 바꿔야야 할 것이 남성중심주의, 한국중심주의, 경제중심주의. 그것은 개성의 억압이고 곧 사랑의 억압이기도 하다. 이것이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다.
그는 일상 예술 사랑을 주제로 ‘기분 나쁠 때 읽는 책’ ‘화장실에선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 왜 에로스로 박사학위논문을 썼을까?
“이상하게도 다른 일은 잘되는데 연애는 참 어렵더라구요. 열이 많아서인지 사춘기 때부터 한 번 빠지면 세상이 온통 그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말은 안타깝게 끝나고….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다른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하게 했던 그 마력. 대체 그게 무엇인지. 그걸 탐구하고 싶었어요.”
사랑을 ‘마귀’같다고 하면서 덧붙이는 말.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항상 사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267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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