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권력/우오즈미 아키라 지음/김성기 옮김/420쪽, 1만8000원/롱셀러
와타나베 쓰네오(76). 1000만부를 발행하는 일본 최대지 요미우리신문의 현 사장.
평기자로 입사, 승승장구 가도를 달려 오늘날 ‘미디어의 제왕’에 이르렀다. 언제나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 영민한 기자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영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즘에 심취했고 스스로 마키아벨리즘의 실현에 성공한 ‘권력적 언론인’의 일생을 낱낱이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벗겨지는 진실은 때로 추악하다.
저자가 창끝을 겨누는 그의 최대 약점은 오랫동안 자민당 최대 파벌의 영수였던 오노와의 유착. 정치부 초년기자 시절부터 그는 오노에게 밀착해 그의 눈과 귀가 됐다. 오노는 그에게 정보를 주어 미디어를 조종했으며, 와타나베는 그가 독점공급하는 정보를 타사를 비롯한 기자들에게 배분해 독자적인 성역을 구축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점은 기자로서 한일수교 교섭에 깊숙이 개입한 부분. 한일교섭에 일본의 관계(官界)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자민당 내부인사, 특히 오노는 협상을 반대했다. 일본을 찾은 한국의 실력자는 와타나베를 움직여 오노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만취한 오노가 한국 방문의 제의에 긍정적 신호를 보이자 와타나베는 곧바로 이를 대서특필, ‘오노 한일수교 지지’를 기정사실화했다.
기자에서 간부로 변신한 그는 결국 정관계 인맥과의 친분에다 윗사람의 마음을 읽는 수완을 더해, 사주의 조카인 경쟁자 마루야마마저 몰아내고 거대 미디어그룹의 경영권을 움켜쥔다.교토통신 기자를 지냈던 저자는 “언론의 정의는 권력의 견제에 있다. 이를 무시하고 언론이 권력과 영합하거나 이를 스스로 추구하는 한, 결국 저널리즘의 정의는 망각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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