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때문에 전쟁이 났다는데…
에릭 바튀 글 그림 양진희 옮김
32쪽 6800원 교학사
새똥 때문에 두 나라가 전쟁을 벌였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모두들 “설마” 하고 고개를 내저으시겠죠. 그러나 여기 새똥 때문에 전쟁을 벌인 두 나라가 있습니다. 대체 그 나라가 어느 나라냐구요? 빨간 나라와 파란 나라입니다. “에이” 하고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겠지만, 아이들에겐 그럴 법한 이야기죠. 우선, 발상부터가 신선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확 빨려들어가기에 충분합니다.
그럼 이 유아용 그림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죠.
서로 사이좋게 지내던 빨간 나라와 파란 나라. 두 나라의 임금님은 서로 마음이 잘 통했고 백성들끼리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란히 산책 나온 두 임금님의 콧등에 그만 새똥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새똥이 떨어지자 두 나라의 임금님은 소리 내어 웃었어요. 그러다가 서로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파란 나라 임금님이 벌컥 화를 내는 거예요.
“감히 임금의 코에 묻은 새똥을 보고 웃다니!”
빨간 나라 임금님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누가 할 소리. 이건 전쟁감이오!”
그렇게 해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먼저 파란 나라 군사들이 빨간 나라의 성으로 쳐들어 갔어요. 다음날엔 빨간 나라 군인들이 파란 나라 성문으로 돌진해갔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백성들은 지치고 슬픔에 빠졌어요. 정말 싸우기 싫었지만 임금님은 계속 싸우라고 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백성들은 어느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두 나라 임금님이 장기를 두면서 싸우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였는데….
물론 이 동화의 결말은 길고 힘든 전쟁을 끝내고 두 나라가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는 겁니다.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어른들은 왜 전쟁을 하나요?”하고 묻겠죠. 그겁니다. 아이들에게 ‘전쟁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는 점, 그게 바로 이 동화의 메시지입니다. 새똥이라는 재미있고 기발한 상황 설정을 통해 전쟁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는 점, 그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의 최신작으로, 독특한 기법의 그림을 통해 전쟁의 어리석음을 익살스럽게 폭로해주고 있습니다.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지요. 동화 뒷부분의 서로 화해하는 대목이 좀 작위적인 듯한 느낌이 들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동화죠. 어린이들도 이런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사실! 부모님들 잊지 마세요.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