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인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의 주역으로 미국에 도피중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9일 모친상을 당해 귀국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전차장은 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 서상목(徐相穆) 전의원 등과 공모해 24개 기업에서 166억7000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혐의를 받고 수배중이다.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씨의 맏형 종희씨 등 가족들이 모두 모였으나 이 전차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전차장은 세풍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무렵인 98년 8월 미국으로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빈소 주변에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등이 보낸 화환이 놓였으나 조문객은 별로 많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차장이 모친상 때문에 귀국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장기도피상태에 있는 그가 귀국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차장의 옛 동료인 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가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귀국하지 않는다는 전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미국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이 발효된 직후인 99년 말 이 전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법무부를 통해 미국측에 신병인도를 공식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이 전차장에 대한 신병인도 절차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사법당국이 최근 그의 거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검거를 시도했으나 그가 급히 소재지를 옮기는 바람에 검거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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