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에 들어오면 이제 금관악기가 빠지고 현악기와 목관악기만 나오지요. 왜 그럴까요?”
“젊은 여자들만 나오니까, 분위기가 부드러워야 하잖아요.”
“맞았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두 자매가 자기 애인들에게 폭 빠져 있다는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이니까 아주 달콤한 선율이 나오고, 그걸 반주부도 도와주는 거죠.”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는 8일 오전. 환한 볕이 한뼘 비쳐드는 갤러리 휴게실에서 6,7명의 주부가 대형 TV화면을 앞에 둔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페라 전문가 김학민 (음악학 박사)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의 주제와 전개를 설명하는 가운데, 일부는 노트에 열심히 메모하고 또 몇 명은 궁금증을 질문하기 바쁘다. 서울 서초동 ‘갤러리 홍의’에서 매주 목요일 열리는 오페라 감상모임 ‘라 디비나’.
“선생님, 그런데 배역들이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다 예쁜데다 연기도 똑소리 나네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이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모두 단원인가요?”
“유명 오페라단은 꼭 고정단원을 두지 않고, 특히 주연급은 유명 가수를 섭외해 씁니다. 그 범위가 대략 정해져 있기는 한데요….” 줄거리의 세부 설명에서 오페라극장의 구조까지 질문은 끝이 없지만, 해설자의 설명은 거침이 없다.
이 특이한 모임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갤러리 홍의의 김진의 관장. 지난달부터 오페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학민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음악평론가 홍승찬을 격주로 초청, 매회 작품을 바꾸어가면서 LD(레이저디스크)나 DVD로 오페라 작품 한 편씩을 감상하고 해설을 들으며 느낀 점을 서로 토론한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반에는 남성들을 위한 오페라 감상모임 ‘아데나움’이 열린다.
“경제난이다 뭐다 하지만 우리 자랄 때 보다는 많이 풍족해진 세상이죠.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여유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주 한번씩 대작곡가들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화음을 접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부터 바뀌지 않겠어요?”
김 관장은 “문화란 배우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오페라를 비롯한 격조높은 음악과 미술작품 등을 생활 주변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02―525―5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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