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밭에 나가 봐요. 참깨가 다 타 죽어요.”
밭에 심어놓은 참깨가 타죽는다니 무슨 말일까. 황급히 밭으로 나가봤다. 비닐을 덮어놓은 참깨 모종이 누렇게 말라죽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남들이 가꿔놓은 참깨밭을 둘러보니 참깨가 있는 곳마다 구멍을 뚫어놓았다. ‘아하, 비닐에 구멍을 뚫어 공기를 통하게 해야 하는구나.’ 초보 농사꾼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둘 농삿일을 배운다.
6년 전 경기 강화도에 귀농한 만화가 장진영씨의 ‘삽 한자루 달랑 들고’(내일을 여는 책·6000원)는 농촌의 건강하고 따뜻한 삶, 그러면서도 현실의 아픔이 담겨있는 만화다.
삽 하나 들고 농사를 짓던 그가 농촌에 적응하고 다른 농부들과 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에서 잔잔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나이 든 한 농사꾼의 말에서 그는 인생을 새롭게 느낀다. “지금은 남풍이 불어줘야 하는데…. 봐요, 동풍이 불지. 이러면 올해 농사가 안좋아요. 농사란 게 사람 뜻만으로 되는 게 아녜요.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야 되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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