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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반군 평화행진 수도입성

입력 | 2001-03-11 18:46:00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반군의 수도 입성, 그리고 이를 환영하는 대통령과 국민.’

멕시코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반군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10일 수도 멕시코시티에 입성해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시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반군지도자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이끄는 1000여명의 평화행진단은 ‘사파투어(Zapatour)’로 불리는 15일에 걸친 3000㎞의 대장정을 마친 뒤 이날 500여 군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두 눈만 내놓은 스키마스크를 쓴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도착 성명을 통해 “EZLN의 수도 방문은 1000만명에 달하는 인디언 원주민들이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권익보호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 100일째를 맞은 폭스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EZLN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이제 국민이 열망하는 평화회담 개최가 가능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EZLN의 수도 입성에는 반군 지지가 새겨진 티셔츠와 머리띠를 두른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EZLN은 11일 멕시코시티 중심부 소칼로 광장에서 평화집회를 개최한 뒤 수주일 동안 수도에 머물며 의회 지도자들과 인디언 인권법 제정에 관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ZLN은 지난달 24일 멕시코 남부 본거지 치아파스에서 평화행진을 시작해 오악사카, 푸에블라, 베라크루스 등 전국을 거쳐왔으며 방문지마다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폭스 대통령은 마르코스 부사령관과 직접 회담을 가질 계획은 없으나 “EZLN이 수도에 머무는 동안 안전한 정치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치아파스 무장봉기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폭스 대통령은 지난해말 취임 후 전임 세디요 정권과는 달리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폭스 대통령은 9일 평화협상의 일환으로 투옥된 EZLN 지지자들을 일부 석방하고 정부군 기지 4곳을 철수하도록 치아파스 주지사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와 EZLN과의 평화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폭스 정권은 기업가들로 이뤄진 우익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반군 완전 석방, 정부군기지 전면 철수, 원주민 인권법안 통과 등 3대 요구사항이 모두 수용되지 않는 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 또 EZLN과의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멕시코에는 수백 개의 반군세력이 남아 있어 원주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많은 난관이 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