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직무에 충실하다보니 이 자리에 온 것 같아요. 회사에서 존재가치가 사라지지 않을 때까지 소신껏 일하겠습니다.”
지난달 1일자로 승진 발령을 받아 국내 항공사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된 이택금(李澤今·52·사진) 대한항공 이사대우. 객실 승무부 소속인 그는 남녀차별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심한 항공업계에서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강조했다.
72년 공채 14기로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 이사는 30여년간 스튜어디스의 길을 걸어온 국내 최고참 여승무원. 비행시간이 2만2331시간으로 2년6개월 가량을 항공기안에서 서비스를 한 베테랑이다. 지금도 한 달에 두세 번씩 항공기를 타고 기내 업무를 보면서 3500여명에 이르는 후배 승무원들의 업무 평가와 고충 상담 등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여승무원들의 ‘맏언니’인 셈.
“입사 당시 여승무원은 선망의 직업이었습니다. 외국 풍물을 마음껏 접할 수 있었고 보수도 높은 편이었죠.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웠기 때문에 저 자신을 많이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선택하겠습니다.”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출신인 이 이사는 79년 과장, 89년 수석사무장, 92년 부장에 이어 이번 임원 승진도 여성으로서는 가장 먼저 하는 등 ‘최초’ 기록만 4개를 가지고 있다.
“승객들이 어른 승무원이 타서 안심이 된다며 두 손을 꼭 잡을 때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비행기를 계속 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무원이 천직인가 봅니다.”
일처리가 분명해 친구 남편들로부터 ‘독일기계’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이 이사는 바쁜 업무 때문에 혼기를 놓쳐 아직 미혼.
이 이사는 “한 달에 20일 이상을 국제선을 타다보니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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