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이후 일본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은 하나같이 모두 심한 텃세에 시달렸다. 선동열은 성공적으로 그 과정을 이겨내고 역시 선동열이라는 찬사를 받은 장본인인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까지 적응기이다.
그나마 이종범이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독 구대성만은 특사대접을 받고 있으니 남들이 참 부러워할 입장이다.
구대성은 시범경기에서 5이닝동안 8안타를 맞으며 2볼넷 1사사구를 포함 3실점을 했다. 물론 자책점은 1점밖에 되지 않지만 마무리를 맡을 구대성으로서는 실망이 가는 투구내용이었다.
정민태, 정민철, 조성민 등 요미우리 삼총사 같은 경우에는 이날 구대성과 같은 투구내용을 보였다면 아마 5이닝은 커녕 1,2이닝에 마운드에서 쫓겨나고 바로 2군으로 내려보낸다는 둥 가슴을 저미게하는 말들이 나돌았을텐데 구대성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구대성의 독특한 몸만들기 전법에 혀를 내두르며 괴짜다, 걸물이다 떠들어대며 일본 언론들은 구대성을 치켜 세우고 있다. 게다가 포수가 놓친 직구에 대해서 공 끝이 살아서 움직였다며 마구라고 찬사를 할 정도에 다다랐다.
이 정도 되면 구대성의 팀 내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획일적인 스타일은 대단하다.
국내 선수들이 일본에 건너가 고생하는 이유중에 하나도 국내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자기 맘대로가 통했던 선수들이 일본에서 단지 일본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폼을 수정해야 했고 그 적응 기간을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오릭스의 간판 상품인 구대성에게는 그러한 요구가 있질 않았다.
실전을 통해 몸을 만들어 가는 구대성의 독특한 방법이 일본에서도 통하게 되는 것이고 일본 프로야구계에서는 예전에 없던 그러한 구대성의 특이한 방법에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날 잘 못던지면서도 5이닝을 끝까지 던진 것은 구대성의 요구에 따른 것.
자신은 어깨가 한번 뻑쩍지근해진 다음 풀려야 제 컨디션을 찾는다는 이해못할 말에 오기 감독도 흔쾌히 구대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네 멋대로 해봐라는 식으로 구대성을 믿어줬기 때문에 이번 투구가 성사된 것이다.
어찌됐든 제 멋대로 몸을 만들고 있는 구대성과 일본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는 다른 선수들 중에 누가 먼저 빛을 볼지는 시즌 뚜껑이 열리면 얼마 가지 않아 판가름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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