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당 인사권을 장악한데 이어 최근 대미(對美) 외교도 주관해 사실상 중국 외교를 주도하게 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이는 조기 퇴진설이 나돌고 있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으로부터 후 부주석이 당 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을 물려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권력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2월 당 중앙공작회의에 앞서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후 부주석이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대미공작소조 책임자로 결정됐다는 것. 이 소조는 첸치천(錢其琛) 부총리와 장완녠(張萬年)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17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 부주석이 대미공작소조 책임자로 결정된 뒤 장 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에 대응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해 후 부주석의 대미 정책도 일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장 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미국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연구하는 양국 군사전문가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또 군사전략의 상호 교류와 중국에 대한 러시아측의 첨단 장비 제공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 부주석은 빠르면 오는 가을쯤 장 주석으로부터 총서기직을 물려받고 또 내년 가을 제16차 당대회가 열리기 전에 국가주석직도 넘겨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권력구도가 후진타오 부주석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게 중국 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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