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와 다르다. 한국측도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했던 정부 관계자들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인사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얘기다.
한 인사는 "부시행정부측은 '클린턴 색깔'이 사라진 뒤에야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겠다는 것 같았다"며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느껴질 정도로 전임행정부와의 차별성을 유난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방미기간중 부시대통령과 콜린 파월국무장관 등의 대북강경발언도 결국 클린턴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된다고 이 인사는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였다는 것. 부시대통령은 "북한 지도자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고, 파월장관은 '독재자'란 표현을 썼다. 이는 지난해 10월 방북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국무장관이 김위원장을 대화가 가능한 합리적인 인물 이라고 평가했던 것과 배치된다.
파월장관이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유망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이를 외면하는 대북강경발언을 쏟아낸 것도 부시행정부의 차별화 전략에 영향 받은 것 같다고 정부관계자들은 말했다.
특히 국무부의 실무진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경분위기의 백악관이 이번 정상회담을 주도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부시행정부도 대북정책에 대한 점검이 끝나면 클린턴정부 때와 비슷한 기조를 취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 때까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켜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연착륙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과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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