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2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향후 대북정책기조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한나라당은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시각차를 우려하면서 대북정책의 근본적 재검토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양국의 국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총평▼
이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토론에서,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총재단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평가는 모두 “잘했다”로 시작했다.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위해 수고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 기조는 달랐다. 민주당은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얻어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미국측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양국이 긴밀히 협의키로 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수준이었다.
▼대북 시각차▼
한나라당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내가 항상 강조해온 것이지만,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바로 이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신들과 생각이 같다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대체 어느 나라, 어느 정부와 국익을 논하고 민족을 염려하는 것인지 의문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향후 대북기조▼
민주당은 북한의 안전보장 등 세가지를 주고 남한에 대한 무력도발 포기 등 세가지를 받겠다는 김 대통령의 ‘포괄적 상호주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설명을 들어봐야겠지만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며 “가령 무력도발 포기는 말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실질적인 위협 감소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부대변인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은 하되 군사 위협 축소를 강하게 요구하는 이 총재의 ‘전략적 상호주의’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NMD 혼선▼
이 총재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문제로 소동을 일으켜 국익에 손상을 입힌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통일 외교 안보팀의 재정비를 촉구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NMD체제 추진 당사국인 미국조차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왜 서둘러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