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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월간지 '사진예술' 후배에 물려준 이명동씨

입력 | 2001-03-12 18:33:00


한국 보도사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이명동씨(81)가 12년 동안 운영해온 월간지 ‘사진예술’을 후배 김녕만씨(52·전동아일보 사진부장)에게 아무 조건없이 물려줘 사진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계 후배들이 도와준 덕분에 지난 12년 동안 잡지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잡지가 사진이 한국에서 예술로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보람입니다.”

이씨는 195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진부장과 출판국 부국장 등을 역임하고 79년 정년퇴임 후 ‘한국화보’ 편집인 등을 지내다가 보통 사람 같으면 은퇴할 일흔의 나이에 ‘사진예술’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이씨의 노력으로 현재 사진계에서 권위있는 전문잡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씨는 잡지를 물려준 김씨와 30년 가까운 긴 인연을 맺고 있다. 이씨는 74년 중앙대에서 ‘보도사진론’을 강의하면서 당시 학생이었던 김씨를 처음 만났다. 이씨는 김씨를 사진을 가장 잘 찍는 학생으로 인정해 직접 사인한 사진집을 선물하기까지 했다는 것. 그 뒤 김씨가 동아일보 사진부에 입사하면서 두 사람은 선후배로 인연을 이어갔다.

이씨는 “김씨가 사진계에서 ‘사진예술’을 운영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물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6·25전쟁 때 기록사진가로 종군해 2개의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며 그 뒤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영일 부정선거’ 등 자유당 정권의 비리를 고발하는 특종 사진으로 4·19혁명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사진도 엄연히 예술’이라는 사진론을 펴나가면서 ‘동아사진콘테스트’ ‘동아국제사진살롱’ 등의 창설에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사진계 후배들은 50년 동안 초인적인 활동으로 한국 사진계의 대부 역할을 해온 이씨의 공적을 기려 99년 ‘이명동사진상’을 제정, 매년 사진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진가를 시상해 오고 있다.

새로 ‘사진예술’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씨는 “잡지를 통해 앞으로 디지털 시대의 사진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