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난은 교수만의 책임이 아닌데도 사과하다니 진정한 스승이다.”
“교수의 본분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대학문을 나서자마자 실업자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 요즘 제자들에게 ‘못 가르친 탓’이라는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최선열(崔善烈) 교수의 ‘사과문’이 교수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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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 최선열교수 제자들에게 '사과의 편지'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 동아닷컴에 ‘광해대왕’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새로 학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불어넣고 4년 후 현실이 달라졌다고 해도 이는 교수의 잘못은 아니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한 현실에서 최교수는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생들이 만드는 시사웹진 ‘듀’의 게시판에도 “제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최교수를 만나 뵙고 싶다” “졸업생들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있으니 안타깝게만 생각하지 말고 졸업생들을 도와달라”는 등 격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최교수의 글을 계기로 교수 집단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의견들도 많았다.
‘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모교수는 ‘과도한 수업부담과 연구업적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 잡무와 보직에 시달리다보니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최교수의 고백에 대해 “이는 교수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며 “우리 사회에서 교수란 지위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먼저 생각한 후 업무의 과중함을 논하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에도 “교육정책이 흔들릴 때마다 교수들이 ‘NO’라고 힘주어 외친 적이 있으며 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교수 연구실이 몇 개나 되는지 반성하라” “정말 책임 있는 사람들이 대학에 많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땀 흘려 마련한 등록금으로 급여를 받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의 본분을 다해달라” 등 따끔한 질책이 잇따랐다.
런던대 교육대학원에서 유학중인 최봉섭씨는 영국 대학의 장점들을 소개한 뒤 “건전한 대학의 모습은 교육부 학부모 노동시장 등 외부의 힘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내년에 어폴로지(사과)를 또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분발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교수는 “능력이 있는데도 원하는 분야에서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몇 자 적어 본 것”이라며 “이 같은 반향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