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이프키즈의 어린이 안전 홍보 포스터
‘세이프 키즈’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교통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로 인한 어린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988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미국에 300여개, 외국에 5개의 공식 지부가 있고 10여개 국가의 시민단체가 미국본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이 재정지원을 한다.
올해 콘퍼런스에는 해외 5개 공식 지부를 포함해 17개국 40여명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가 참가해 정보와 경험을 교환했다.
영국아동사고방지협회 사무총장인 캐럴 셰리프(여)는 “영국의 어린이 사고는 세계 최저수준이지만 교통사고는 어린이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의 슈테판 멜코와 일본의 레이코 가와바타(여)도 교통사고를 어린이 안전사고의 주범으로 꼽았다.
미국본부의 카밀라 테프트(여)는 회의 참고자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의 어린이 교통 사고율을 그래프와 함께 발표했다. 한국이 여러 부문에서 최악의 수준으로 나왔다.
“인구 10만명당 14세 이하 어린이의 사고사망률은 스웨덴이 5.2명으로 가장 낮습니다. 다음은 영국 6.1명, 독일 8.3명, 일본 8.4명…. 한국이 25.6명으로 최고치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면 스웨덴 2.5명, 영국 2.9명…, 한국이 12.6명입니다.”
카밀라씨는 후진국일수록 △길은 좁고 보행자는 많으며 △안전시설과 법적 규제가 부족하고 △안전문화의식이 낮아 사고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카밀라씨의 발표 중 한국이 여러 번 언급되자 기자 일행은 얼굴이 붉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옵서버의 발표는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허억(許億)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장은 한국의 열악한 교통문화 수준을 솔직히 인정한 뒤 “한국 시민단체가 어머니 교통안전 지도자를 양성하고 어린이 교통공원을 운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사고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베트남의 그리그 크레프트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이 어린이 교통사고를 많이 줄인 노하우를 베트남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정보를 자주 교환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어린이를 안전하게 키우려는 부모와 시민단체가 합심해 정부 정책을 이끌고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 대표는 어린이 안전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의 병원과 긴밀히 연계된 활동상을, 뉴질랜드 대표는 정부가 ‘세이프 키즈’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실태를 소개했다.
아랍에미리트 참가자는 ‘세이프 키즈’지부가 설립된 지 6개월밖에 안됐지만 정부가 어린이 탑승자 안전규제법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원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콘퍼런스 참가를 통해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정부 시민단체 및 외국단체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