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대학생이 되어 청춘을 만끽하려던 평범한 18세 마사히코. 그의 봄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는 천애고아로 남겨져 유산도 없고 살아갈 길마저 막막한 한 청년의 눈물겨운 생활고라도 그려낼 작정인걸까?
어느날 마사히코의 어머니와 의절한 남동생의 아내라고 소개하는 아름다운 여성이 마사히코를 찾아온다. 그녀의 권유로 생전 처음 만나게 된 삼촌은 자신들과 함께 살지 않겠냐는 제의를 한다. 호쾌한 성격의 사람 좋은 외삼촌과 상냥한 숙모, 말괄량이지만 예쁜 사촌 여동생까지 한꺼번에 생겨버린 생활은 그가 꿈꾸어 오던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은 따뜻한 식사, 툭탁거리는 말다툼이 끊이지 않는 홈드라마와도 같은 매일이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마사히코.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게 웬 날벼락인가. 아름답고 여자다운 숙모가 남자였고, 누가 봐도 듬직한 이 시대의 아버지상인 외삼촌이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들 부부는 단순히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외모조차도 완전히 반대였던 것. 마사히코의 어머니가 남동생과 의절한 이유는 바로 동생이 여장 남자로 행세한 탓이었으니 숙모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진짜 외삼촌이었던 것이다. 덤으로 여동생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시온마저 어린 시절부터 내키는대로 남자와 여자를 오가며 생활해 오고 있으며 진짜 성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마사히코의 외삼촌 부부 이외에도 남장여자, 여장남자가 즐비하게 등장하는 는 성 정체성의 혼란과 그로 인한 갖가지 해프닝을 가벼운 개그로 담아내고 있다. 유난히 '남자답게’ '여자답게’를 강조하는 우리네 잣대로 보면 이 무슨 해괴한 설정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작품은 성별이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상관 없이 개개인의 구성원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걱정하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마음의 진실성을 말하고자 한다. 의 작가 호조 츠카사는 여전히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을 그려내는데 탁월해 여러가지 예측불허의 상황을 약간의 성적 환상을 동반해 재미있게 그려나간다.
다만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사히코의 외삼촌이나 그 외 인물들이 어째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여려운 점이 아쉽다. 단순히 외모가 여성적인 탓에 남자임을 숨기고 여자로 살고, 여자인데도 외모가 남성적이니까 남자로 산다는 식의 얄팍한 생각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웃음의 소재로만 차용하지 말고 좀 더 깊게 들여다 보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가족’이라는 기본적인 공동체도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제가 좀 더 설득력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김지혜 lemonjam@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