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한국에서 징집영장을 받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23세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던 나는 성경에 기초한 양심으로는 군대에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가 없었으므로 나는 감옥에 갈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나는 심한 편평족 때문에 군복무를 면제받았지만 같은 신자였던 내 친구 2명은 징집거부로 3년간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출소한 뒤에도 이들은 정부기관은 물론 일반회사에도 취직할 수 없었다. 나도 징집을 면제받지 않았으면 십중팔구 같은 운명을 겪었을 것이다.
1999년 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1100명 가량의 여호와의 증인이 징집거부로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의 ‘죄’는 성경에 따라 사해동포의 정신으로 형성된 양심 때문에 군에 가기를 거부했다는 것밖에 없다. 한국 전체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9만명 정도이기 때문에 90명 중 한명은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미국에 적용한다면, 미국에는 100만명 정도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있기 때문에 군에 가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1만2000명 가량의 젊은이가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인권존중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군대에 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대체복무로 병역을 대신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군사적 긴장감이 우리 못지 않은 대만도 2000년 7월 종교적 이유로 인한 징병거부자들에게 산림녹화, 원양어업, 중환자 간병 등 대체복무 기회를 주는 제도를 채택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군에 가기 싫어서 종교를 가장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법규정을 정하기 나름이다. 우선 군복무보다 민간부문 복무기간을 더 길게 하는 방안이 있다. 또 요즘 젊은이들이 기피한다는 이른바 3D업종의 일을 시키는 것도 가짜 양심적 군복무 거부자들이 생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선우(미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