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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북정책 재점검할 때다

입력 | 2001-03-13 18:52:00


북한이 어제 열기로 한 제5차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그것도 개최 당일 아침에 연기 요청을 해 온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북측은 회담 연기 이유를 ‘여러 가지 사정’이라고만 밝혀 그에 대한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북측은 작년 10월 제2차 남북경협실무접촉을 회담 개최 하루 전에 연기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남북한의 합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우리는 그때마다 북측의 태도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국적 견지에서 그냥 넘어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중요한 회담을 당일 아침에, 별다른 해명도 없이 무조건 연기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은 연기 이유를 소상히 밝히고 회담 당사자인 남측의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번에는 북측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북측의 장관급회담 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미(韓美)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측 내부의 정책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로 추측하기도 하고 미국의 대북(對北) 강경정책에 대한 ‘반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한미 공조 강화 주장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이번 회담에서 거론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북측의 입장 정리가 덜 됐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쪽에서는 한미정상회담 결과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북측 ‘내부 사정’에 기인한 것 같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전금진(全今振)북측 단장의 건강악화설, 돌연한 북측 단장 교체설도 거론된다.

이번 장관급회담의 돌연한 연기로 남북관계에 어떤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회담에서 다루기로 한 김위원장의 답방문제, 군사적 긴장완화방안, 이산가족과 남북경협문제 등은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현안이다. 특히 남북한 당국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에 대한 시각차,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 6대 원칙 중 1순위로 내세운 한미일 정책 공조와 북한측의 대응은 올해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제에 대북 정책을 재점검, 남북한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북―미관계 등 한반도 주변 상황을 새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