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매 환자는 30만∼40만명. 절반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이며 20∼30%는 중풍탓 치매. 알코올치매 파킨스병 등이 다음 순이며 ‘인간 광우병’과 똑같은 증세를 보이는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도 치매에 속한다.
지금껏 알츠하이머병의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선 베타 아밀로이드란 독성 단백질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요즘 또 다른 독성단백질인 타우와 APP, 프리세리닐, ApoE4, 알파2 마크로 글로불린 등의 치매 관련 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대 서유헌교수의 연구성과로 각국 의학 교과서가 다시 쓰여지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교수는 1990년대 초부터 신경세포 끼리의 대화를 맡는 ‘시냅스’의 형성과 유지에 관여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쪼개져서 생긴 C단 단백질이 치매의 주범이라는 가설을 제기해 학계에서 관심을 끌어 왔다. C단 단백질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전 단계 물질로 베타 아밀로이드보다 독성이 10∼1000배 강하다(그래픽 참조).
올초 국제 학술지에 잇따라 채택된 서교수의 논문 8개는 ‘C단 단백질가설’이 ‘베타 아밀로이드가설’을 밀치고 치매 원인설의 고갱이가 될 계기를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서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C단 단백질이 신경세포를 직접 파괴할 뿐 아니라 신경세포 주위의 아교세포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C단 단백질이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기억 인식 의식 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도 밝혀냈다. 또 이 단백질이 말초혈관의 백혈구에 작용해 뇌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염증이 생긴다는 사실과 기억중추인 뇌 가장자리엽의 해마에 작용해 장기 기억을 방해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서교수는 이번 논문들에서 아스피린 타이리놀 등 소염제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니코틴 등이 C단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혔다. 학계에서 이들 물질이 치매를 약화시킨다는 보고가 간간히 있었지만 서교수가 C단 단백질과 연관시킴으로써 치매 치료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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